일상

층간소음 복수? 해결방법? 보복? 신고? (부끄러운 이야기)

연 꽃 2023. 7. 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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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용한걸 좋아한다. 원래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고양이 둘과 같이 살다보니 조용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있기도 했고(유난이다 좀) 티비 시청에 취미가 없어 장식용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집은 항상 조용하고 편안하다. 

이사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느낀건 건물을 지을 때 방음재를 거의 안쓰고 공사를 했나 윗집의 자잘한 소리가 들려서 당황한적이 여러번 있었다. 집이 항상 조용하기 때문에 더 잘 들렸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코고는 소리, 휴대폰 전화벨 소리, 특히 화장실에서는 대화소리까지 들리는데 이게 정상은 아니지 않나? 

이전에 살던 집은 1층이 없는 2층이라 아래집이 없어서 신경쓸 일이 없었고 윗집에서 시끄럽게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주변에서 말로만 듣던 층간 소음을 내가 겪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어느날부터인가 쿵쾅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 아이들이 사는구나... 그래 애들이 뛸 수도 있지... 혼자 사는 건물도 아니고 어느정도는 이해 하자 하면서 넘겼다. 근데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낮에는 회사에 있었고 주말에는 조금 시끄러워도 다음날 출근을 안한다는 느긋한 마음 때문에 이해 할 수 있었는데, 솔직히 주말에 애들 뛰어다니면서 웃고 떠들고 하는거 아무리 내가 이해한다고 해도 소리 정말 크고 심하다. 가끔 여자아이가 땡깡을 부리는지 울고불고 소리지르기 시작하면 그 높고 째지는 소리에 현관문 열고 몇번을 계단 복도에 대고 "조용히 좀 하라고!!!!" 라고 소리지른 적도 있지만 안들렸던 것 같다. 내 목소리가 얇고 찢어지는 하이톤이라 내 목소리로 울부짖는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듣는사람 참 짜증날텐데...

 

 

 

 

한번은 아이의 땡깡질이 집에서 시작해 엘레베이터, 건물 현관문, 건물 앞까지 이어진 적이 있었는데 화가 난 나머지 또 한번 현관문을 열고 소리치려 했는데(보나마나 소리쳐봐야 또 안들렸겠지만), 건물 앞에서 "죄송합니다" 라고 하던 아이 엄마 목소리에 아이 둘을 키우는 동생이 한 말이 생각이 났다. 

동생한테 윗집 애들이 뛰어다니는 소리에 미칠 것 같다고 했을 때 동생이 했던말이 "언니, 언니가 참아. 애 엄마는 더힘들걸? 더미칠거같을걸?" 이였다. 윗집 엄마도 내동생처럼 아이 키우는 엄마니까 하며 참고, 참고 또 참고... 

 

 

 

난 내가 유난인가? 싶은 적도 있었다. 

근데 오빠가 집에 오더니 너무 심한거 아니냐며 천장을 주먹으로 쿵쿵쿵 치더라. 이렇게 해야 밑에서 힘든걸 안다면서 쿵쿵쿵쿵 쳐대니 순간 조용해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 후부터 나도 위에서 너무 시끄럽게 굴면 같은 방법으로 보복 아닌 보복, 복수? 를 했는데 오빠는 키가 크니 천장에 주먹에 닿지만 나는 마대자루 들고 천장을 막 쳤더랬다. 

소용은 없었다. 

점점 더 심해지더니 평일 밤 12시가 되어도 쿵쾅쿵쾅 뛰어다니는 소리, 여자애가 자지러지게 울어재끼는 소리에 잠을 제대로 못자다 보니 결국 한계에 다달아 윗집으로 나도 쿵쾅쿵쾅 쫒아 올라갔다. 윗집 현관 앞에서는 집 안 아이들 소리가 더 잘 들리더라.. 나중에 알고보니 아이가 2인줄 알았는데 3이더라. 

아무튼, 바로 문을 두드려서 조용히 좀 하라고 하지는 않았다. 층간소음으로 항의를 여러번 하고 기록을 남겨두면 신고할 수 있다나? 다시 밑으로 내려가서 노트 한장을 쭉 찢어서 글을 써서 윗집에 붙이고 왔다. 사진도 찍어뒀다. 

 

 

 

 

 

신문이나 뉴스에 보면 층간소음 갈등으로 범죄까지 일어났다고 하지 않던가. 솔직히 좀 쫄았던거 같기도 하고... 글 써서 남기는게 내가 할 수 있을 최선이였다. 어린이나 아기가 있는 집은 거실바닥이나 주방, 방바닥에 층간소음매트를 깔지 않나? 소음방지매트는 아랫집 사람을 위한 배려 아닌가? 

몇번을 관리실에 중재를 위해 연락 한 적도 있었다. 근데 관리실에서도 할 수 있는건 층간소음 단체문자 발송 외엔 없었고 소용도 없었다. 사실상 층간소음해결방법은 없다고 봐야한다는거...

 

 

 

 

 

다음날 퇴근하고 집에 오니 문앞에 왠 카드가 붙어있었다. 뭔가 하고 열어보니 나도 모르게 부끄러워졌다.

화난다고 나는 노트 쭉 찢어쓴게 단데 카드까지 준비해서 답장을 해준 정성에 전화번호까지 알려주다니.. 요즘 이런 사람이 있는가 싶었다(커피빈 카드를 줘서 그런건 아니다)

 

 

 

 

 

실제로 그 뒤부터는 소음이 덜해졌다. 아이들이 뛰는 소리나 말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건 아니지만 윗층 엄마 말처럼 매트를 보완한건지 확실히 전보다 조용하다. 단절된 세상에 살고 있다고는 하나 너무 제잇속만 챙기며 이기적으로 살고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이해해보려 노력 했고(못참고 항의를 하긴 했지만 노력은 했다. 정말 소음측정기라도 사야하나 고민했을 정도..) 윗집 분도 이런 부분을 이해 하여 노력 해 주었으니 잘 해결된거 아닌가?ㅎㅎ

엘레베이터에서 만나면 엄마 아빠가 꼭 아이들에게 "안녕하세요" 인사를 시키는데 이제는 아이들도 알아서 먼저 인사를 한다. 아마 이런 부모한테서 자랐으니 이 아이들도 다른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으로 크지 않을까?

다른 사람들도 꼭 이처럼 해야 하는건 아니지만 배려하고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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